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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문턱에서


겨울의 문턱에서

겨울이 다가온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것은 언제나 차가운 바람이다. 그 바람은 나무의 가지를 흔들고, 땅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 모은다. 해가 지고 난 후, 길거리에 나가면 겨울의 첫 손님처럼 차갑고 서늘한 공기가 내 피부를 스쳐 지나간다. 그 공기는 나를 겨울의 문턱으로 이끈다. 그리고 겨울이 온다는 건, 단순히 날씨가 추워진다는 것을 넘어서서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언제나 겨울이 시작되면 마음속에 작은 기대감을 품는다. 한 해의 끝자락, 조금은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올 한 해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동안 쏟았던 노력들이 이제 고요하게 그 결실을 기다리는 것처럼, 겨울은 나에게 조금 더 내면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계절인 것 같다. 나에게 겨울은 단순히 추운 날씨를 의미하지 않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내 마음이 조금 더 투명해지고, 과거의 일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겨울은 언제나 내게 혼자 있는 시간을 부각시킨다.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보내는 연말의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고요하게 앉아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1년을 돌아보면서 했던 일들이 떠오르고,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하나씩 되살아난다.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웠던 시간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안에 쌓였던 미처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이 다시 고개를 들곤 한다.

추운 겨울, 난 문득 집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밖에서는 온갖 소리들이 들려오지만, 나는 내 방 안에서 책을 펼치고, 창밖으로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시간을 즐긴다. 그렇지만 그 평온함 속에서 내 마음의 불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겨울이 다가오면 나는 내 마음속의 여백을 채우려고 애쓴다. 그 여백은 때로는 회상으로, 때로는 기대감으로 채워진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떠오르는 새로운 결심들이 그 여백을 채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다짐이, 그 다짐이 현실이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나를 지배한다.

그러나 겨울이 주는 고요함 속에서도 때로는 마음의 불안이 커진다. 특히 그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에서 나는 내가 이룬 것들과 이루지 못한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마치 모든 것이 겨울의 차가운 기운에 묻혀버린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 순간들에는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갔는지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또 다른 겨울의 선물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겨울은 그런 면에서 나에게 기회의 계절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겨울에는 늘어난다. 이맘때면 새해가 다가오면서 사람들이 한 해의 계획을 세운다. 나 역시 이 시점에 내 삶의 목표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다가오는 해에는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깊이 고민한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가끔은 외로움도 느끼지만, 그 외로움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삶의 속도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내 안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나는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마시며 내면의 나를 되새긴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간 후에 남은 따뜻함이 오히려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겨울이 지나면, 또 다른 계절이 오겠지만, 나는 그때마다 겨울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