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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향기


겨울의 향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겨울이 다가오면 나는 늘 마음 한켠에 묘한 설렘을 느낀다. 어릴 적에는 눈이 내리기만 하면 신이 나서 밖으로 뛰쳐나가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 겨울의 풍경 속에서 뭔가 특별한 의미를 찾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겨울은 어느 해보다 더욱 쓸쓸하고, 때로는 외로운 느낌을 남긴다. 그 쓸쓸함이 더할수록 겨울은 내게 더욱 깊고 고요한 계절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 겨울을 맞이하면 집안 구석구석에서 나는 냄새가 떠오른다. 그 냄새는 바로 따뜻한 난로 위에서 구운 군고구마, 떡국을 끓이던 어머니의 부엌에서 나는 국물의 향기, 그리고 차가운 바깥 공기와 얼음이 맺힌 창문에 손을 대면 나는 그 시린 느낌이었다. 겨울은 단순히 기온이 낮아지는 계절만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했던 따뜻한 순간들,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며 고요히 앉아 돌아보던 지난날들이 모두 겨울이라는 시간 속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겨울이 항상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나이가 들고 나서였다. 겨울은 종종 차가운 바람과 눈보라를 동반하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고독과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 바쁨 속에서도 가슴 한쪽이 텅 빈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나는 그런 겨울을 지나면서, 겨울이 단순히 차가운 계절이 아니라, 마음의 겨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만의 위안을 찾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고요하게 지나간 날들을 생각한다. 그때마다 나는 겨울의 진정한 의미가 단지 차가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하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겨울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걸음 물러서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준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봄이 오듯이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여러 해를 지내며, 나는 이제 겨울의 특유의 차가움이 주는 깊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울은 단순히 겨울날의 찬바람에 대한 불평이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의 불편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겨울은 우리의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움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계절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며, 때로는 울고 웃기도 한다. 그리고 그 울고 웃음 속에서, 겨울은 점차 따뜻하게 다가오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힘을 준다.

혹자는 겨울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차가운 바람과 눈보라, 길고 긴 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겨울의 불편함 속에서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겨울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 겨울이 주는 차가움은 때로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그 상처는 또 다른 나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겨울은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 꺼내어 보고, 그것들을 치유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겨울을 맞이할 때마다 과거의 아픈 기억들, 힘들었던 순간들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그대로 놓아두지 않고, 따뜻한 차 한 잔에 담아 마시면서 마음의 겨울을 녹여낸다. 그럴 때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겨울은 우리가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너무 바쁘게 살아온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인가?"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답을 찾은 후,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듯, 우리의 삶도 어느 순간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며, 그 끝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겨울이 지나면 그 따뜻함을 더욱 간절히 원하게 된다. 그 간절함이, 우리가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된다. 겨울은 결코 차가운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성장하고, 준비하는 시간이며, 가장 따뜻한 의미가 숨겨진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