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

겨울은 언제나 나에게 특별한 계절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세상 모든 것이 얼어붙을 때, 사람들은 따뜻한 실내로 피신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겨울의 추운 공기와 하얀 눈은 그 자체로 나에게 위로가 된다. 이 계절은 무엇보다 나에게 시간의 흐름을 되돌아보게 하고, 무언가를 정리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어린 시절, 겨울은 온갖 신비로움과 설렘이 가득한 시기였다. 학교가 끝난 후, 친구들과 함께 눈 싸움을 하며 지낸 그날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눈이 쌓이면 그 자체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하얀 세상 속에서 나는 마치 다른 차원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손끝이 시려워지도록 눈을 만지며, 눈송이가 손에 닿을 때마다 그 차가운 감촉에 묘한 기쁨을 느꼈다. 그때는 겨울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겨울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만큼 새로움과 재미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겨울은 조금씩 달라졌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일하게 되면서 겨울은 그저 차가운 날씨에 대한 불편함을 의미하게 되었다. 옷을 두껍게 껴입어야 하고, 발이 시려워지는 길을 걷는 일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몸은 바쁘게 움직여도 마음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은 여전히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겨울을 맞이할 때마다, 내면에서 느끼는 어떤 차분함과 고요함은 언제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겨울이 주는 고요함은,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이 빨리 걸어가느라 정신없는 모습이 아니라, 모두가 추운 날씨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자기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지만, 겨울이 주는 고요함 속에서는 나도 잠시 멈추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겨울이 무조건 차갑고 쓸쓸한 계절인 것은 아니다. 겨울에는 그만큼 따뜻함이 더 그리워진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 함께 나누는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친구나 가족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 따뜻함은 겨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겨울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나 국물이 가득한 뜨거운 찌개 한 그릇은 다른 계절에 비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여유롭게 누리는 시간들이 마치 겨울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보석처럼 느껴진다.

겨울은 또한 나에게 돌아보는 계절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전에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때마다 겨울은 차분히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선물해준다. 겨울은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한 해의 끝자락을 의미 있게 정리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또한, 겨울은 나에게 ‘기다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든다. 매일 아침, 창 밖을 보며 그리운 사람이나, 예전의 추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겨울의 기다림 속에서 위로를 받는다. 겨울은 그렇게 기다림의 계절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의 시간인 것이다. 흩날리는 눈을 보며 기다리는 마음은 어떤 그리움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희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겨울은 예전과 달리, 이제는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추운 날씨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얻는 고요함과 따뜻함은 이제 내가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선물이다. 겨울을 보내면서 나는 더 많이 성숙해지고, 나 자신과의 대화를 더욱 자주 하게 된다. 그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내 안의 따뜻한 부분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렇기에 겨울이 다가오면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기다린다.

세상이 차가워지면 나는 더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겨울은 단지 차가운 날씨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겨울은 나에게 ‘차가움 속에서 따뜻함을 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속에 온기를 채우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겨울을 지나면 또 봄이 오고, 여름과 가을이 지나 다시 겨울이 온다. 하지만 그 모든 계절 속에서 겨울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계절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