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기 전, 그 중간의 시간은 늘 그랬듯 어딘지 모르게 어정쩡하다. 차가운 바람이 아직도 얼굴을 스치고, 길가에 남은 눈밭은 여전히 봄을 기다리는 듯 차갑고 하얗다. 겨울이 주는 고요함이 좋기도 하지만, 그 끝자락에서 나는 자꾸만 쓸쓸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지만, 나는 그저 이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조용히 기다린다. 이 무렵, 겨울과 봄 사이에서 나는 그저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한다.
어느덧 해가 길어지고, 찬란한 햇살이 창문을 비추면, 마음 속의 어두운 구석들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을 지나오는 나날들이 남긴 흔적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겨울은 늘 무겁고 차갑게 다가온다. 때로는 그 무게가 버겁게 느껴져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겨울은 나를 잡아당긴다. 그래도 어느새 나는 그 추위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만의 생각들, 나만의 걱정들, 그리고 지나온 날들의 기억들. 겨울이 끝나갈 즈음, 나는 그런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게 된다.
가끔은 겨울이 끝나가면서 나도 함께 지나가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겨울은 내게 큰 울림을 남긴다. 모든 게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겨울 속에서 우리는 뭔가를 잃고, 그만큼 뭔가를 얻기도 한다. 그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은 마치 봄이 올 때까지 한걸음 한걸음 기다리는 일처럼,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일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 지나가도, 결국 봄은 온다. 그 봄은 어느새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겨울과 봄 사이의 그 어정쩡한 시간, 나는 그 시간을 사랑한다.
이 겨울을 보내면서 나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겨울 동안 나는 멈추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그저 지나는 시간을 맞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시간이 나를 돌이켜 보게 했고, 나는 그동안 놓쳐왔던 것들을 다시 붙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삶은 계속 흐르고, 나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길 뿐이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도 내가 가진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봄이 오면 다시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다. 새싹들이 돋고, 꽃들이 피고, 바람이 따뜻해진다. 사람들은 그 변화에 설레어 하고, 나는 그 속에서 나를 다시 찾아가려 한다. 겨울을 지나면서 나는 조금 더 성장한 듯하다. 지나온 날들이 주는 아픔과 기쁨, 그 모든 것이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봄을 기다린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나는 더 나은 내가 될 것이다. 겨울이 끝나는 그 순간, 나는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한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시작된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는 봄을 준비하며, 그동안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봄이 와도, 겨울이 다시 오더라도 나는 그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나는 그 속에서 나만의 시간,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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