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찾아오는 길목에서
햇살이 겨울을 알리듯 조금씩 기운을 내며 부서지는 오후의 공기 속에서, 나는 자주 생각에 잠긴다. 차가운 바람은 언제나 마음을 어지럽히고, 그 속에서 조금씩 다가오는 겨울의 냄새는 나를 묶어 두고는 떠나지 않는다. 지난 여름의 한낮처럼 뜨겁고 힘들었던 날들은 이제 그 어느 순간에도 떠오를 수 없는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그런 날들은 나에게 두고두고 의문을 남긴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그렇게 몰두했을까? 무엇을 그렇게 아까워했을까? 여름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던 그때의 감정들. 이제는 그냥 지나쳐 버린 것들, 그저 하나의 시간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겨울은 다르다. 겨울은 다른 계절들과 다르게 내면의 깊은 곳을 파고들며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차가운 물결처럼 나를 찾는다. 겨울을 맞이하면서 나는 매번 그와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비단 날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겨울은 그렇게 감정의 파도를 일으킨다. 내게 겨울은 감추어 두었던 기억들을 불러내는 계절이다. 어쩌면 나의 무의식 속에 얼어 있는 부분들을 드러내는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다가올 때면 어느덧 나는 그동안 쌓여 있던 모든 감정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치 하늘이 맑고 투명할수록 더 깊은 곳의 모습을 볼 수 있듯, 겨울의 맑은 공기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을 더 또렷하게 느낀다.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왔는지 되돌아본다.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면 그 한기 속에서 내 마음도 함께 얼어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나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 온다.
어쩌면 겨울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비워내는 계절일 것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겨울을 견디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겨울이란 시간 동안 무엇을 견디려는 걸까? 나를 다시 돌아보고, 내가 놓친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바쁘게 살면서 미처 보지 못한 것들, 잡히지 않아서 아쉬웠던 것들, 지나치기만 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런 순간들을 떠올리며 나는 겨울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나의 마음 속에는 어느덧 차분히 다가오는 평온함이 깃들고, 여유가 생긴다.
겨울의 길목에서 나는 언제나 무엇을 두고 고민하는 걸까? 한 해가 끝나갈 즈음,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이 다가오고, 그때마다 나는 갈팡질팡한다. 길고 긴 한 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나는 매번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선택한 길은 잘 가고 있는 걸까?” 때로는 나의 선택이 올바른지 확신할 수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겨울은 그런 나에게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선택은 결국 지나고 나서야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선택이 잘못된 길이라면, 그 길에서 나는 무엇을 배우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며 겨울을 보내다 보면,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이자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겨울이 오면 사람들은 온기를 찾기 위해 모인다. 집 안으로 숨어들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차가운 바람 속에서 따스함을 찾고자 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느낀다. 따뜻한 것, 온기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닐까? 겨울을 지나며 우리는 삶의 본질적인 것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안의 따뜻함을 찾고, 그 따뜻함이 다른 이들과 공유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싶어한다.
겨울은 때로는 고독을 안겨준다. 차가운 바람이 내 뺨을 스치면, 세상의 소리들이 한층 더 멀게 느껴진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며 우리는 때로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처럼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나는 겨울을 견디며, 고독을 마주하며, 그 속에서 내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리하여 나는 겨울을 지나면서, 오히려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결국 겨울은 나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계절이다. 그동안 지나쳐 온 것들을 돌아보고, 놓치지 않으려는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정으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렇게 나의 겨울은 끝나고, 봄이 다가온다. 그러나 봄을 맞이하기 전, 겨울의 깊이를 느끼고 지나간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는 이 시간이 중요하다. 겨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가고, 나는 나의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다시 한 번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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