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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끝에서 고양이와 별을 만나다

by wer9545 2024. 10. 4.

바다의 끝에서 고양이와 별을 만나다

여행을 떠난 지 벌써 일주일째였다. 나는 도시의 답답함을 벗어나 바다를 보러 떠난 것이었다. 바다는 늘 나에게 무한한 자유를 상징했다.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고, 파도가 해변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는 듯했다. 마치 바다의 끝없는 수평선이 모든 걱정을 삼켜버리는 것처럼.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해질녘이 다가오면서 하늘은 붉은빛과 주황빛으로 물들었고, 바다는 그 빛을 반사하며 점점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해변을 걷다가 오래된 벤치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 발치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작은 회색 고양이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너도 혼자야?” 나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했다. 이 고양이는 아마도 이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바다를 바라봤을 것이다. 바다는 끝없이 움직이지만, 고양이는 그 모든 것을 침묵 속에서 지켜보며 묵묵히 서 있었을 것이다.

고양이는 내가 앉은 벤치 아래로 살며시 들어가 앉았고, 나 역시 그 고양이와 함께 밤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렸다. 하늘은 어느덧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고, 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별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별은 늘 저 멀리 있어서 손에 닿지 않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렇게 바다와 고양이와 함께 있을 때는 별들이 좀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바다의 소리와 고양이의 고요함 속에서 별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동안 머물렀다. 바다는 파도를 일으키며 끊임없이 움직였고, 고양이는 그 옆에서 잠시 눈을 감고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마치 이 세상이 둘로 나뉘어 있는 듯했다. 하나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바라보는 고양이. 그 두 세계 사이에서 나는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별들은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저 별들이 빛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지, 그 빛이 이곳까지 도착하기 위해 얼마나 먼 거리를 여행했을지.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 역시 그 시간과 공간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마치 바다와 고양이, 그리고 별들이 나에게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고양이는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나를 한 번 더 돌아본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고양이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그 고양이가 나에게 무언가를 전해주고 떠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날 밤 나는 별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바다는 늘 변화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찾아낸다. 고양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별들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을 상기시켜준다.

아침이 되어 바다에 첫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을 떠났다. 하지만 그 작은 고양이와 별들이 나와 함께 있었다는 느낌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말하지 않은 채로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었다.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