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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기억


봄날의 기억

나의 기억 속에서 봄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찾아오는 따스한 햇살, 그리고 겨우내 잠들었던 땅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며 녹아내리는 그 순간들. 나는 언제나 봄이 오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기분을 잊지 않으려 늘 마음속에 간직하려 한다.

어릴 적, 봄은 학교 생활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계절이었다. 봄방학을 끝내고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 그 길은 언제나 설렘과 함께했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활기찬 햇살 속에서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모습은 마치 내가 학교에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것처럼,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는 느낌이었다. 또한 봄바람은 언제나 내게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걷던 그 길은 항상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고, 친구들과 나눈 작은 이야기들, 웃음소리들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봄이 오면 동네의 작은 공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가족들이, 연인들이, 친구들이 모여 앉아 피크닉을 즐기거나,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며 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그 공원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곤 했다. 봄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는 마치 세상의 모든 피로를 씻어주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그때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람을 느끼고 꽃을 바라보며, 그저 눈을 감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특별한 계획도, 목적도 없이 자연과 함께하는 순간이 그저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그때의 봄을 다시 느낄 수 없다. 내가 자라면서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고, 봄은 그저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계절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지나가는 봄을 챙기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 봄은 어딘가 멀리 떠나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어느 봄날 아침, 나는 잠깐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바쁜 일정을 잠시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부드럽게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나뭇가지에 맺힌 작은 꽃망울들이 빛을 반사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어릴 적 느꼈던 그 봄날의 기분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잊고 있었던 그 따스한 온기와 설렘을, 다시금 내 마음속에 되새길 수 있었다.

어쩌면 봄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에 치여 있던 내 마음이 잠시 멈추고, 그 따스한 햇살을 느끼기만 하면 다시 봄은 돌아오는 것이다. 내 안의 봄은 내가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를 때, 자연과 다시 연결될 때 비로소 살아난다.

그렇게 봄은 매년 찾아오고, 나는 그 봄을 기다린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봄이 지나갈 때도 있지만, 나에게 봄은 결코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봄을, 그 속에 담긴 소소한 행복과 희망을 내 마음에 간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봄은 언제나 내게 새로운 시작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가 얼마나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봄마다 이렇게, 잠시 멈추어 서서 그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며, 마음속에 새로운 씨앗을 심을 것이다. 그리고 그 씨앗은 언젠가 나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것이다. 봄은 항상 새로운 것을 가져다주는 계절이기에, 그 가능성은 끝없이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