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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채움의 사이


비움과 채움의 사이

인간은 누구나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채움의 과정이자 비움의 여정이다. 어떤 사람은 물질을 채우며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마음을 채우며, 또 어떤 사람은 비움을 통해 그 의미를 찾기도 한다.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비우고, 채우고, 다시 비우기를 거듭하며, 나는 조금씩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물건을 많이 모으는 편이었다. 소중한 것들, 혹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들이 있었다. 작은 인형 하나부터 시작해, 책, CD, 사진, 손때 묻은 물건들까지. 그것들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친구와 함께 만들었던 종이비행기 하나가 내 기억 속에서 여전히 중요한 존재로 남아 있다. 그 비행기는 단순히 종이로 만든 물건을 넘어서, 친구와 나누었던 시간과 추억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한때 그런 물건들이 내 존재의 일부처럼 느껴졌고, 그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런 물건들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무엇을 채우는 일이 행복의 척도가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점차 내 공간은 좁아졌고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더 많은 것들을 갖고 싶었고, 더 많은 것들을 가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때의 나는 채움에 몰두하며 살아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채움이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압박하는 요소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그때의 내가 채우고자 했던 것들을 하나씩 비워 나갔다. 오래된 물건들, 쓸모없어진 것들, 나를 무겁게 만든 것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비우는 과정이 불안하고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물건을 비우며 내 마음도 비워 나갔고, 그로 인해 점차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비움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그리움이나 집착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내가 과거에 가졌던 것들, 그때의 기억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 나를 붙잡고 있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그런 물건들이나 기억들이 내가 이 순간을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이미 그 모든 것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채움과 비움은 서로 반대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 또 무엇인가를 비우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게 된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비움과 채움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균형을 이룬다. 그 균형이 맞춰질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평안을 느낄 수 있다.

비움은 결코 공허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움은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마음이 비워졌을 때, 그 자리에 더 많은 것들이 채워질 수 있다. 비우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그 공간에서 나는 더 깊고 풍요로운 삶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제 깨달았다. 물건이나 사람, 경험 등을 채우기만 하는 것보다는, 때로는 그것들을 비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비움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채움의 기쁨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비움과 채움은 끝없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져준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된다.

결국, 나는 더 이상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 하지 않는다. 채운다는 것의 의미보다는 비움의 여유를 찾고 있다.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한 노력은 내 삶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비우고 나면, 그 자리에 새로운 채움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제 나는 그 채움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로 가득 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