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마치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처럼, 예상치 못한 파문으로 이어질 때가 가장 아름답다
아침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창문을 열어놓은 채 거실에 앉아 있던 나는 문득 바람 소리에 섞인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단순히 배경음에 지나지 않았지만, 묘하게 마음에 스며들어 하루의 시작을 다르게 만들어 주었다. 평범한 일상이 조금 특별해지는 순간. 삶은 때로, 아무리 단조롭게 보여도 작은 파문 하나로 완전히 다른 모양새를 띠기도 한다.
호수 위에 던져진 돌멩이를 떠올린다. 어릴 적 놀이터 옆 작은 연못에 돌을 던지던 기억이 문득 스친다. 물 위에 생긴 동그란 원들이 점점 커지며 사라지는 모습은 내게 신비로웠다. 왜 그렇게나 오래 바라보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 움직임 속에 어떤 깨달음이 숨어 있었던 걸까. 당시의 나는 단지 재미로 돌을 던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단순한 놀이가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아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매일같이 크고 작은 결정을 하며 살아간다. 어떤 선택은 커다란 돌멩이 같아서 우리 인생의 물결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 직업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도시에 이사를 가는 결정 같은 것들 말이다. 또 어떤 선택은 작은 자갈처럼 미미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커다란 파문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매일 아침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습관이나, 바쁜 와중에도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짧은 메시지가 그렇다.
나의 인생에서도 이런 작은 돌멩이들이 모여 만든 파문들이 많았다. 대학 시절, 아무 생각 없이 들었던 한 강의가 내 삶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교양 과목으로 시작한 철학 강의는 그때의 내게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그러나 강의가 끝나고 나면 나도 모르게 강의실 밖에서 그 이야기를 계속 곱씹었다. 질문하고, 사유하고, 다시 질문하기. 그 반복 속에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작은 돌멩이처럼 가벼웠던 그 수업 하나가 내 삶 전체에 걸쳐 지속되는 파문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나 인생의 파문은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때로는 돌멩이 자체가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날아들어오기도 한다. 예기치 않은 사건, 예상치 못한 고난은 우리를 흔들어 놓는다. 나는 몇 해 전, 가까운 친구와의 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녀와 나는 오랜 시간 함께한 사이였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냈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가 쌓이고,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관계가 어그러졌다. 나는 그 일이 일어난 이후로 한동안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물결이 퍼져나가듯, 그 상처는 다른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파문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나는 그 관계를 통해 내 감정과 욕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배웠고, 사람들과의 거리를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돌멩이가 만들어낸 파문은 아팠지만, 결국 내 인생의 호수를 더 넓고 깊게 만들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문이 일어날 때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흔들리게 할지라도, 혹은 내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지라도, 결국은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일이다. 우리는 종종 평온한 호수를 지키기 위해 돌멩이를 멀리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돌멩이가 없이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없다.
이제는 돌멩이를 던지는 일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어떤 돌멩이가 내 호수에 던져질까 궁금해진다. 그것이 내게 가져올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나는 어떤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될까. 삶은 언제나 변화를 통해 성장하는 법이다.
창밖의 새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이번엔 조금 더 선명하게, 조금 더 가까이 느껴진다.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지금 네 호수에 무엇이 던져지고 있는지 잘 보아라.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미소를 짓는다. 그 작은 소리조차도 나의 하루에 파문을 일으키는 돌멩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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