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순간들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어느 날, 나는 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그 친구는 내가 대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사람 중 하나였고, 우리의 우정은 여러 해프닝과 추억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가게 되면서 우리는 점차 연락이 끊어졌고,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내가 그 친구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만큼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도 잊고 대화를 나누었다.
친구와의 만남은 언제나 특별했다. 그때 그 시절처럼 모든 게 새롭고, 그만큼 설렘이 가득했다. 우리가 어릴 적 함께 나누었던 꿈, 고민, 희망들을 하나하나 꺼내며 웃었다. 그때 우리는 모든 것이 가능하고, 아무리 큰 벽이라도 넘을 수 있을 것처럼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때의 나는 어떤 부분에서 그 꿈들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었다.
그날,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나도 모르게 ‘시간’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왔다. 어쩌면 그만큼 시간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이 적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모두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내면적으로 더 이상 젊음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늘 ‘내일’을 기다리며 살지만, 그 내일이 도래하면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눈앞에 놓인 것들에 대해 더 이상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생각에 빠져 들면서, 그동안 내가 놓친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작은 행복을 놓쳤고, 내 마음속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삶이 마치 계속해서 시간을 쫓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속에서 나는 점차 길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나는 다시 깨달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도 결국 우리의 일부라는 것을,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우리의 대화는 그날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사실, 우리가 놓친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고, 그 배움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후 나는 자주 그 친구와 연락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그 시간을 되돌리기보다는 그 시간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젊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경험이 쌓였고, 세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그 이해는 우리가 비록 시간이 부족하다 느끼더라도,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결국 시간은 우리가 쫓아가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그 시간을 어떻게 품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것, 그리고 과거의 추억을 가슴에 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간다고 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배우고, 성장하고 있으며,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사라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얻어지는 것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간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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