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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어깨에 얹어진 책임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어깨에 얹어진 책임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문득 들여다보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아무리 뚜렷하게 기억을 해내려 해도 어느새 희미해진 얼굴들처럼, 그때의 감정은 남아 있지만 정작 사건의 경위는 흐릿하게 뭉개진다. 그런 순간들은 대개 나를 가리키는 어떤 의미 있는 이름표를 가지기도 한다. "성장"이라든가, "희망" 같은 것들 말이다.  

그날도 어깨 위에 무엇인가 올라앉은 기분이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거움, 하지만 동시에 기분 나쁜 종류의 무게는 아닌 그런 상태였다. 문득 나는 이 무게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왜 지금 내가 이런 것을 느끼고 있는지, 그게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처음 어깨에 무엇인가 얹어진 듯한 감각을 느낀 건 아마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막연한 불안 속에서 미래를 그리던 시절이었다. 대학 입시는 코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무언가를 짊어진 듯한 느낌이 자주 들었다. 그때는 그것이 단순히 "책임"이라고만 생각했다.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책임, 가족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책임, 그리고 내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책임 말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며 깨달은 것은, 그 무게는 단순히 책임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어깨 위에 올라앉은 무게는 누군가의 기대일 수도, 내 스스로 설정한 목표일 수도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또 다른 때에는 도망칠 수 없는 의무감에서 오는 불안일 때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섞이고 겹쳐지면서 점점 더 무거워졌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무게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무게가 내 삶을 이루는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임과 의무는 부담이지만, 그것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더 허무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사회에 나섰을 때, 나는 어깨에 얹어진 무게를 실질적으로 체감했다. 직장에서 매일 부딪혀야 했던 크고 작은 문제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인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끊임없이 시험했다. 그 무게는 때때로 나를 짓누르기도 했고, 때로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이 있다. 첫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였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일을 했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무게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일을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자 하는 본능적인 열망 때문이었다. 어깨에 올라앉은 무게는 이제 단순히 나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끌어가는 방향키가 되었다.  

물론 때로는 그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문을 닫는 순간 쏟아지는 피로 속에서 잠시라도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들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날조차도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이 무게가 나를 정의한다고. 이 무게가 없다면 나는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어느 날 갑자기 어깨에 얹어진 무게의 정체를 떠올리며, 나는 문득 그것을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만약 이 무게가 없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세상 속에서 무작정 떠돌아다니는 나 자신이 그려졌다. 그 상상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무게는 각자가 살아온 시간과 선택,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모든 것들의 집합체이다. 어깨에 얹어진 그 무게가 때로는 짐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어깨 위에 얹어진 무게를 느낀다. 하지만 그 무게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내 삶의 일부로,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