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나는 내가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며, 그 길 위에서 나를 잃어버리고 또 찾으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고요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걷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한 걸음 내딛고, 비가 내리면 발걸음을 멈추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스쳐본다. 그들의 얼굴은 각기 다르고, 그들의 눈빛은 나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나는 그들이 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도 저마다 깊고 아프며,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져 세상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안다고 해도, 내가 살아온 삶과 그들이 살아온 삶은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릴 적, 나는 세상이 마치 하나의 커다란 동화처럼 느껴졌다. 부모님은 나에게 항상 좋은 사람이라고만 말했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전부 옳고 정확한 지식인 것처럼 여겨졌다. 세상은 단순히 내가 알고 있는 것만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존재하는 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아는 것의 한계와 세상의 복잡함을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내가 완전히 알지 못한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무척 놀랐다. 그때부터 나는 내 안의 확신을 조금씩 의심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성적에 집착하던 학생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들은 선생님의 말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세상에서 중요한 건 성적만이 아니야. 성적이 높다고 해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야." 그때까지 나는 성적이 곧 내 가치를 결정짓는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성적이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나는 그동안 내가 놓쳤던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공부 외에도 사람들과의 관계,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작은 변화들이 나의 삶을 더 풍요롭고 깊이 있게 만들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나는 전공을 선택할 때도 많은 고민을 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안정적인 직업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자는 결심을 했지만, 그 결정은 많은 사람들의 의문과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 길이 언제나 옳고 순탄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오히려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이 있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 길을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비로소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때의 결심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나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삶에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내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해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의심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길을 걷고 있다. 나의 길이 언제나 밝고 순탄한 길만은 아니겠지만, 그 길을 걸으면서 나는 점점 더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내 삶이 한 번의 실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그 실수들이 결국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때로는 멀리 가고 싶을 때도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놓고 온 채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면, 나는 그저 앞을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나의 길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나는 그 길 위에서 계속해서 나를 찾을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나는 내가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며, 그 길 위에서 나를 잃어버리고 또 찾으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길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길이 비록 험난하고, 그 길 위에서 내가 가끔 넘어지고 일어나는 모습이 조금 부끄럽더라도, 그 길을 걷는 것이 내 삶의 진정한 의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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