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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의 기억


어떤 날의 기억

흔히들 시간은 물처럼 흐른다고 한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 물이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남긴 흔적들이다. 그 흔적들은 단지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살아온 나의 모습들이다. 때로는 흐르는 물을 따라가며 추억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 물에 몸을 담그고 다시 떠나기도 한다.

나는 어느 날,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들었다. 어릴 적 내가 찍은 사진들이 가득한 그 앨범 속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들과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에서 나는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낯설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 웃음 속에는 어떤 기쁨과 희망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더 순수하고,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내게는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어쩌면 내가 그때의 나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사진첩을 넘기며 나는 잠시 과거로 돌아갔다. 나는 그 시절의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그 시절의 나는 어떤 고민을 품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게 그렇게 큰 걱정 없이 살아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때가 있었는지 떠올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고,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밀려서 그 시간들을 놓치고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내가 어릴 때는 핸드폰조차 없었고, 인터넷도 그리 보편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과 연결될 수 있고, 여러 가지 정보들이 손끝에서 빠르게 움직인다. 나는 그 변화 속에서 한참을 놓치고 지나갔던 것들도 많다. 기술의 발전이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점점 더 관계를 소홀히 하고,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되는 부작용도 낳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관계는 점점 더 얇아지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함께 뛰놀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자주 사라지고 있다. 모두가 각자의 삶에 바빠지고, 관계는 점점 더 표면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아쉬운 점은 많다. 그런 소중한 순간들이 지나가면서 점점 더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진정한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과거의 기억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어릴 적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던 그 모습은 사실 단순히 어린 나이에 대한 추억이 아니다. 그 웃음 속에는 세상에 대한 신뢰와, 앞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 내가 그때 느꼈던 그런 감정을 다시 되살려본다면, 지금의 나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불가능은 없다는 희망. 그런 감정을 다시 느껴보면, 지금의 현실 속에서도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변한다. 나도 변했다. 하지만 그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사진첩 속에서 나는 여전히 웃고 있다. 그 웃음은 과거의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필요하다. 나는 그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고,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가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어느 날, 내가 다시 사진첩을 넘길 때 그때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일까. 그 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지금의 나는 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을까. 나의 웃음은 여전히 그곳에 있을까. 그런 질문들을 던져보며, 나는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