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 그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그저 걸음을 멈추고 서늘한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가끔은 살아간다는 것이 끝없는 질문과의 싸움처럼 느껴진다. 왜 나는 여기에 있는가?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걷고 있는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끝없는 우주가 내게 묻는 것만 같다. 너는 무엇을 원하는가? 이런 물음은 어쩌면 평범한 일상에서조차 우리를 잠식하고, 어느새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답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길수록 길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어쩔 수 없이 멈춰서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는 그 순간을 맞이했다. 그리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나는 그저 걸음을 멈추고 싶었다.
사람들은 흔히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세상이 자신을 앞질러 갈 것만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그날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발길이 닿은 곳은 집 근처의 작은 공원이었다. 조용하고 소박한 풍경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용기를 가졌다. 낙엽이 깔린 벤치에 앉아 있자니,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나에게 말을 걸듯이 부드럽고 차분한 그 소리. 나는 그것에 귀를 기울였다.
바람은 항상 존재했지만, 그날은 특별히 생생하게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가을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이 바람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먼 산 너머에서, 아니면 누군가의 마음에서부터 불어온 것일까? 바람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어딘가에서 또 다른 어딘가로 끝없이 흐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삶도 어쩌면 바람과 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춘 듯 보일지라도, 나는 여전히 어떤 흐름 속에 있었다.
그 순간, 나를 둘러싼 세상이 갑자기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왔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 이를테면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빛, 잔디 위를 뛰노는 작은 새들,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치 생생한 풍경화처럼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오랜만에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답은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곳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던 그때, 모든 것이 그저 있는 그대로 충분했다. 신발 끈이 풀어진 채로 뛰어다니던 나, 햇살이 비추는 곳에서 그림자를 따라가며 웃었던 나. 그 시절의 나는 삶에 대한 질문을 품지 않았다. 그냥 존재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렇다면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왜 모든 것을 이해하려 애쓰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조차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햇빛이 점점 기울어가며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날 그 공원에 간 것은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과의 싸움을 잠시 멈추기 위해서였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대신, 단순히 존재하는 순간을 느끼기 위해서였음을.
돌아가는 길에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깨달았다. 바람이 나를 감싸며 속삭였다. "지금 이 순간도 너의 일부야. 네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완전해." 나는 그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질문들과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서늘한 바람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삶이란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은 것들로 가득 차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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