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잠시 멈추고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는 소소한 삶의 풍경들
길가에 핀 작은 들꽃 하나를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늘 분주한 발걸음에 시선은 먼 곳을 향했고, 고개 숙일 일이 없었다. 그러나 문득, 하루의 한가운데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을 때 보인 것은 바로 나를 따라오던 긴 그림자와 그 옆에 핀 작은 꽃이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우리 삶에 놓친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아침은 늘 바쁘다. 알람 소리가 울리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때, 머릿속은 이미 하루를 계획하느라 분주하다. 커피를 내리고, 간단히 아침을 먹거나 그조차 건너뛰고 집을 나선다. 출근길의 지하철은 붐비고, 휴대폰 속의 뉴스나 SNS는 정보와 자극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의 표정은 어디론가 향하는 것 같지만, 그 끝이 무엇인지 모른 채 흘러간다. 정해진 목적지와 경로는 있지만, 가는 길의 풍경은 희미해지고, 매일 반복되는 루틴 속에 작은 변화는 간과된다.
어느 날이었다. 한동안 치열하게 달려온 프로젝트가 끝나고, 며칠 간의 휴가를 얻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동네 공원을 거닐던 그날, 나는 비로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았다. 은은한 햇빛은 나무 사이로 스며들었고, 바람은 낙엽을 데리고 춤을 추었다. 한 노인은 벤치에 앉아 묵묵히 책을 읽고 있었고,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어놀았다. 나는 앉아서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한참을 머물렀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우리 삶은 종종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미래의 목표를 향해 달리거나, 과거의 후회 속에서 헤매느라 현재를 놓치기 일쑤다.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기도 하고, "잃어버린 어제"를 탓하며 현재를 소모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가진 것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아이들은 우리와 다르다. 그들은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도 그들의 눈에는 특별하다. 작은 돌멩이조차도 보물처럼 간직하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기보다 빗물에 발을 담그며 그 순간을 즐긴다. 그러한 모습은 어른인 나에게 많은 것을 일깨운다. 언제부터 우리는 그 소중한 순간을 외면하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당연하게 지나치며 더 큰 무언가만을 바라보기 시작했을까?
이제는 조금 천천히 살기로 했다. 눈앞의 것들을 더 많이 보고 느끼기로 했다. 혼자 걷는 시간을 늘리고, 멀리 떠나는 여행보다 동네의 골목길을 탐험하기로 했다. 처음 들어간 작은 서점에서 낯선 작가의 책을 발견하고,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 이런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이 내가 잊고 있던 삶의 본질이었다.
물론, 빠르게 살아야 할 때도 있다. 목표를 향해 달릴 때의 희열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삶의 모든 면을 채울 수 없다. 바쁘게 달리던 순간들이 의미 있으려면, 그 사이사이에 멈추어 숨을 고르고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삶은 단지 성취와 결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경험과 감정, 소소한 기쁨들이 결국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언젠가 길 위에서 나를 스쳐 지나간 이름 모를 사람처럼, 우리의 하루도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 하루가 스치는 순간, 잠시 멈추어 주위를 둘러본다면 뜻밖의 발견을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이거나, 작지만 소중한 행복일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긴 여행을 하고 있다. 그 여정 속에서 길가에 핀 들꽃을 보고,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하늘의 구름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지기를 바란다. 그 여유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삶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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