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점점 더 세상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이 모두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나이를 먹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변화는 항상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그 변화들은 언젠가 내가 되돌아봤을 때 가장 분명하게 보이게 된다.
어렸을 때 나는 시간이 언제 지나가는지 몰랐다. 하루는 너무 길고, 한 해는 천천히 흘러갔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어제와 오늘이 혼재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느끼게 만드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시간이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흐름 속에서 무엇을 담아낼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서 나의 삶은 점점 더 바빠졌다.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과정은 기쁨과 동시에 부담을 느끼게 했다. 때때로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왜 그렇게 빠르게 달려가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때의 나는 무언가를 성취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목표들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보다는 오히려 내 안의 공허함을 채우려 했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여전히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여러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때로는 잠시 멈추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이 충분히 의미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 물음에 답을 내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의 삶이 다른 사람들과 같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지금은 그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나조차도 어릴 적 나를 떠올릴 때,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몰랐는지 실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무엇이 나를 두려움 속에 몰아넣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은 그보다는 조금 느리게,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인생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야 한다. 누군가는 빠르게, 또 누군가는 천천히 가며, 그 속에서 자기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무조건 빨리 가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니며, 너무 천천히 가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길을 가는 동안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으며, 무엇을 놓치는가에 대한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때로는 그 길이 험난했던 때도 있었고, 때로는 그 길이 너무 평탄해져서 오히려 불안했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고, 그것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어떤 길이라도 결국에는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선택한 길에서 내가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그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찾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을 조금씩 더 알아가고,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시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걸으며 나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바라는 삶이 아닐까 싶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아직도 답을 모른다. 하지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 믿음을 갖고 계속 걸어간다면, 언젠가는 내가 찾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내 앞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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