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봄날

봄날의 여행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봄날, 나는 갑작스러운 마음을 따라 떠나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이렇게 아무런 계획도 없이 떠나는 여행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볍고 설레었다. 바쁜 일상에 지쳐 있던 나에게 이 순간이 마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차를 타고 고요한 시골 길을 달리며, 나는 그동안 놓쳤던 풍경들을 하나하나 되새겼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들판과 산책로, 그리고 햇살 속에서 반짝이는 강물까지. 도심에서 살아가는 동안, 나는 이런 풍경들을 거의 잊고 지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느라 이런 소소한 것들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럴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나를 감동시켰다. 잔잔한 강물 위를 나는 새들이 날아가고, 멀리 보이는 산에는 아직 남아있는 눈이 고요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봄의 냄새가 가득한 공기 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마치 오래된 기억 속의 한 장면처럼, 나를 찾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아났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 그저 잠시나마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마음이 더 이상 무겁게 느껴지지 않게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는 중요한 것을 놓쳤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 그런 도피가 아니었다. 잠깐의 여행이 끝난 뒤에도 돌아갈 곳은 여전히 내 일상이며, 그 일상을 잘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이 내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그 일상 속으로 돌아갈 때, 나는 더 단단한 나로 돌아오리라 믿었다.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주차장을 찾아 차를 세우고, 마을을 걸어보았다. 이 작은 마을은 나에게 낯설고도,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어딘가에서 본 듯한 풍경들이었다. 그 마을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사람들은 이곳에도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나는 이 작은 마을에서의 시간을 천천히 즐겼다.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느긋했다. 시간의 흐름을 너무 빨리 쫓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들의 여유로움을 부럽게 느꼈다. 하루 종일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그들의 일상은 여전히 느리게 흘러갔다. 그들과 함께 있는 동안, 나는 내 마음속의 불안을 놓을 수 있었다.

저녁이 되어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차를 다시 타고, 떠나온 길을 돌아보며 나는 그동안 나 자신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무엇이 중요한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주 고민하지만, 사실 삶의 의미는 그런 고민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 작은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숨을 쉬며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해가 지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길게 펼쳐진 하늘에 붉게 물든 구름을 보며, 나는 오늘의 여정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일상 속에서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이렇게 가끔씩 멈추고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찾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채울 수 있었던 오늘. 오늘의 여행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그 속에서 작은 기쁨들을 놓치지 않기로 다짐하며, 나는 다시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