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가을의 끝자락에서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가을은 어느새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가을의 찬란한 색깔을 마음껏 즐겼고, 서늘한 공기에 깊이 숨을 쉬며 지나왔다. 그러나 가을이 끝을 맺고 겨울로 넘어가기 전에, 그 가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찰나를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가을은 언제나 짧다. 여름의 더위가 지나가고, 가을의 서늘함이 찾아오면 그 여유롭고 포근한 기운은 금세 사라져버린다. 하루하루가 아쉬운 건, 그동안 숨겨왔던 자연의 모습들이 한꺼번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나무들은 붉은색, 노란색, 오렌지색으로 물들고, 바람은 그 색깔들을 훑어 지나가며 고요한 가을을 만들어낸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이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기억하는 듯, 푸르게 ..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길게 펼쳐진 하늘, 찬 바람, 그리고 나뭇잎들이 하나둘씩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여름의 무더위가 지나고, 그 자리를 차지한 가을은 매년 나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단지 기온이 내려간 것만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는 느낌이다. 이 시기, 나는 언제나 좀 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어릴 때부터 가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었다. 그때는 그저 바람이 시원하고, 하늘이 맑다는 이유로 좋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것들, 그리고..